법원, 대선개입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면죄부’
ㆍ‘국정원 댓글’ 선거법 무죄·국정원법 유죄… 집행유예 선고“
ㆍ정치관여 맞지만 선거운동 아니다”… 시민단체 “모순된 판결”
법원이 국가정보원 심리전단을 통해 사이버 공간에 글을 올리는 방식으로 정치에 관여하고 대통령 선거에 개입한 혐의를 받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63·사진)의 행위를 ‘선거운동’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심리전단이 인터넷에 올린 글들은 정치적 중립성을 잃은 것으로 국정원 업무 범위를 벗어난 위법행위로 봤다. 국정원의 정치개입은 인정하지만 대선개입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는 11일 “정치관여 사이버 활동은 그 자체로 국정원법 위반이고, 선거 시기에는 국민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위험하고 부적절한 행위”라면서도 “선거운동으로 인정하기엔 부족하다”며 국정원법·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된 원 전 원장에게 국정원법 위반은 유죄를, 공직선거법 위반은 무죄를 선고했다. 원 전 원장은 징역 2년6월 및 자격정지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받았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이 심리전단에 정부 정책에 반하는 정당·정치인 비판 등 주요 국정 현안과 정치 쟁점에 대해 구체적·직접적인 홍보 지시를 하는 정치관여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국정 성과를 홍보하거나 대통령과 여당을 지지하고, 정부 정책기조에 반하는 야당과 정치인을 반대하는 국정원의 사이버 활동은 직무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심리전단의 사이버 활동과 원 전 원장의 정치관여가 누군가를 당선시키거나 낙선시키기 위해 목적성·능동성·계획성을 갖고 한 행동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정원이 선거운동을 시작했다고 검찰이 지목한 2012년 1월엔 18대 대선 후보의 윤곽이 명확지 않아 특정 후보 낙선을 목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형량을 정하는 데 “원 전 원장이 범행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정치공작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국정원법을 잘 몰랐다는 것이다.
시민사회는 반발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원 전 원장의 불법행위가 국민들의 정치적 의사표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까지 재판부가 모두 인정하면서도 ‘선거개입’ 행위가 아니라고 결론 냈다”며 “모순된 판결이자 형식적·기계적 판결”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에게는 각각 징역 1년 및 자격정지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모바일 경향 [경향 뉴스진 | 경향신문 앱 | 모바일웹] | 공식 SNS 계정 [경향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세상과 경향의 소통 커뮤니티]
– ⓒ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향신문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mments are closed.